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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해방촌 카페 <오랑오랑>, 신흥시장 골목에 숨겨진 분위기 있는 감성 카페

  같은 서울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곳이 있다. 바로 해방촌. 명소가 되고 핫 플레이스가 되는 데에는 교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생각했는데, 해방촌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올라가기 힘든 곳에 맛집과 유명한 카페가 곳곳에 숨어 있는 독특한 곳이다. 여기가 카페인지 아닌지 조차 헷갈리고 간판이 떡 하니 붙여있지도 않다. 조용히 그렇지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감을 갖고 있는 곳이다.



  처음 찾았을 때에는 여기를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찾아갔어서, 무리 없이 쉽게 따라 갔더랬다. 처음 가는 게 아니니, 두 번째, 다시 찾을 때에는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나의 오산이었다. 골목을 빙빙 돌아도 카페가 보이지 않아서 혼란에 빠졌었는데, 카페 <오랑오랑>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다면 간판을 찾아 헤매시면 곤란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해방 예배당과 신흥시장을 지나 골목을 꺾으면 벽돌이 보이는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다. 그저 큰 통 유리창과 통 유리문이 우릴 맞이할 때, 주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안에 사람들이 있는데 긴가민가해서 한참 헤맸던 기억이 난다. 밖에 간판이 따로 없으니 간판 위주로 찾으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지도만 믿고 가자.


아메리카노(4.0)와 바닐라라떼(5.0), 그리고 티라미수(6.0)


  요즘 분위기 있는 감성 카페를 가보면 음료가격이 기본 5,000원을 훌쩍 넘기는 곳이 많다. 그에 비하면 <오랑오랑>은 아메리카노 4,000원의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부터 7,000원 상당의 핸드드립 커피까지 다양한 가격군을 형성하고 있다.



겐마이 마차     7,000

라떼     4,500

모카     5,000

바닐라     5,000

아메리카노     4,000

아이스초코     6,000

에스프레소     4,000

에티오피아 반코미티차     6,000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첼레     6,000

온두라스 핀카 호코나레스    7,000

카푸치노     4,500

케냐 칸구누     7,000

코스타리카 로마스 알 리오     7,000

콜롬비아 후일라     6,000

타라미수     6,000

핫초코     5,000


2층 창가에서 보이는 풍경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면, 굉장히 이색적이고도 낯선 느낌이 든다. 전선이 눈 앞을 지나가고, 건너편 건물의 구식 캐리어 에어컨이 마주한다. 동네는 매우 조용한 편이고, 카페도 소란스럽지 않고 잔잔한 분위기이다.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가긴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쩌면 이렇게나 외진 곳에,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을 느끼며.



  돌아가는 친구를 배웅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린 카페에서, 우리는 이렇게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얘기도 나눴다. 사진을 보면 티라미수가 없는 데, 서로 고민하다 같이 시켜 나눠 먹기로 했다. 새로 시키러 내려가는 순간이 선명히 기억나는 데에는 그럴법한 이유가 있다. 전체 3층으로 구성된 <오랑오랑>은 내부의 계단이 많이 높고 가파른 편이라, 왔다 갔다할 때 조금 긴장이 많이 되었었다. 다행히 커피는 가져다 주시는 데, 돌아갈 때는 우리가 들고 내려가야 하니 아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타일과 마감이 덜 된듯한 시멘트 벽의 분위기가 바깥 공간과도 어울린다. 운영을 하는지 안하는 지 모를 가게들을 지나쳐 좁은 골목에 숨겨진 곳의 인상은 꽤 강렬했다. 모두가 만류했던 곳에 카페를 차렸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매력으로 더 생각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건 아닐지. 이제 5년 차 된 카페는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하다.


영업시간   월~토 11:00 ~ 23:00

                   일 11:00 ~ 22:00